세차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미국의 코로나 기간이었습니다.
잠깐 일년 미국에 살 계기가 있었는데, 거기서 평소 바라던 Ford F150을 구입한 뒤 무슨 짐차에 세차를 하냐며 흙먼지가 끼면 비가 씻겨낼 날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신경쓰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2020년 초반 미국 확진자 수가 대폭 증가하며 제가 살던 펜실베니아 주도 대략 2-3개월 간 자택대기령이 알려졌습니다. 다들 식료품점 외에는 갈 곳이 없어 스타트렉 스팍 머리를 하고 다니던 시절입니다. (미장원이 닫았기 때문에..)
이때,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자 시작한 손세차.
실내, 실외를 따지지 않고 세차용품을 찾아 한 상자가 넘지는 물건들이 모였습니다. 집 앞에서 열심히 닦고 또 광을 내다보면 동네 주민들이 인사도 하고 가고 이 동네에서 가장 깨끗한 차는 네것이다 라고 한마디 건네고 가고.. 깔끔한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을 완성해 가는 와중에 감염병 봉쇄가 풀렸습니다. 그 뒤 세차용품은 창고에 들어가 나오지 않다가 귀국할 때, 타던 짐차에 실어 모두 가져왔습니다.
오프로드를 즐기려 픽업을 샀건만 스월이 보이고 스톤칩이나 딩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그래서 가끔 세차창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하나하나 구해 써보며 알게된 세차 후기를 남겨보기로 합니다.
우선, 세차를 위한 도장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는데, 자동차 도장은 아래와 같은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ElectroCoat 17-22 um - 철판의 보호(부식방지)를 위한 아연도장 층 (가장 바닥층)
2. 프라이머 30-35 um - 철판을 보호하고 색의 접착력을 좋게 하는 층
3. 베이스 코트 10-20 um - 색상이 자리하는 층
4. 클리어코트 30-35 um - 광택과 윤기를 제공하면서 자외선을 포함한 요소들로부터 물리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층
신차 도장의 페인트 두께는 약 120 um입니다. 보통 도막측정기를 사용하면 철판위의 모든 도료 즉, 프라이머 베이스코트 클리어코트 합산수치가 나옵니다. 일차적으로 차량 표면 관리는 이 120 um 내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최상위층인 클리어코트에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 세차이며, 흠집들을 적절히 제거하는 윤기를 내는 과정이 광택 Polishing입니다. 그리고 흠집을 보상하고 반짝임을 제공하기 위해 코팅을 하며 보통 실런트 또는 왁스를 통해 진행합니다.
차량 도장면의 손상은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나눕니다.
Swirl Mark : 스월마크는 클리어코트에 깊지 않게 생기며 폴리싱 작업만으로 손쉽게 제거가 가능합니다. 세차,버핑,왁싱등의 과정에서 차량 표면 위에 먼지가 쌓인 상태에서 타월로 닦는 것 같은 잘못된 타월에서 비롯될 수도 있습니다.
Random Deep : 스월마크보단 좀더 깊게 자리잡고 있으며 유형에 따라 폴리싱으로 제거가 될 수도 혹은 안될 수도 있습니다. 자동세차가 만드는 대표적인 스크레치입니다. 이외에도 트렁크나 본넷 위에 물건을 올려놓는 행위, 나뭇가지에 쓸리거나 보행자의 핸드백에 쓸린 상처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Deep : 클리어코트를 전부 손상시키며 최악의 상황에서는 베이스코트 프라이머까지 깊은 상처가 생기는 유형입니다. 폴리싱 작업만으로 제거가 안되며, 깊은 경우 터치업 과정을 통해 완화,개선 정도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완벽한 결과물은 도색을 통해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보통 열쇠로 긁은 테러 , 주차 기둥 쓸림 , 다른 차량에 의한 파손 , 스톤칩 , 옆차량 문콕 등이 있습니다.
Water, Acid : 나무수액, 송진, 새똥, 시멘트물, 벌레시체 등에서 많이 볼수 있는 현상입니다.발견 즉시 제거하면 좋지만 늦게 발견하거면 클리어코트뿐만 아니라 베이스코트까지 침투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수개월 방치한 차량 중에서 많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Buffer Marks : 차량 광택 작업에서 생기는 홀로그램 , 패드스월 , 컴파운드 데미지를 말합니다. 듀얼, 싱글 광택기 구동시 생기는 홀로그램 , 입자가 큰 컴파운드 데미지 , 과도한 열을 주어거나 컴파운드 소멸후 무리한 작업 뿌연현상(Burn Through)등등 에서 볼수 있습니다.
간단한 세차는 위와 같은 경우를 크게 고민하지 않지만, 보다 본격적이고 집중적인 세차는 "클리어코트를 어떻게 관리하는냐?"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합니다. 아래는 제가 확인한 세차의 단계입니다. 보다 간소하게 하는 편입니다.
0. 계획 : 일주일 날씨 예보를 보고 실내 또는 실외 세차 결정, 어떤 물품을 사용할지 선택해 미리 준비해 둠.
1. 실내 정리 : 본넷을 열고, 차량을 식혀 차량 표면에 화학제들이 말라붙는 것을 막음. 실외세차 전 실내 청소.
2. 고압수 헹굼 : 차체에 묻은 먼지를 간략히 씻어낸다.
3. 프리워시 : 도장면의 오염물(타르/철분/버그)을 분해하기 위해 All Purpose Cleaner(다목적세정제) 도포.
4. 휠/타이어/엔진룸 클리닝 : 프리워시가 오염물을 분해하는 동안, 기타 위치 세척.
5. 고압수 헹굼 :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분사한 약제를 씻어낸다.
6. 카샴푸 : 폼캐논으로 거품을 온 차체에 도포 후 전용의 버킷에 카샴푸를 풀어 브러쉬와 미트를 이용해 차체를 닦아냄.
7. 고압수 헹굼 : 미트질이 끝났으면 고압수로 카샴푸를 씻어낸다.
8. 드라잉 : 세차베이에서 차를 빼고 드라잉존으로 이동해서 물기를 닦아냄. 드라잉타올 및 에어건을 이용.
9. 클레잉 : 잔존한 고착 오염물을 제거한다. 페인트클렌저 약제, 클레이 바, 클레이 미트 등을 사용.
10. 실런트/왁스 : 자체에 넓게 펴 바른 뒤 15분~1시간 정도의 경화시간을 가진 뒤 버핑타올을 이용해 닦아냄.
집중적인 세차와 간편한 세차를 구분하여 F-150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차량색상이 턱시도 블랙으로 광택이 올라올 때 감동을 받습니다. 하지만 매일 관리에는 어려움이 있어 세차장 시설을 주로 활용하는 것이 간편하고 좋더군요.